2010년 9월 5일 일요일 오전 4시 41분, 나는 잠에서 깼다.
방학이 끝나도 나의 이상한 생활 리듬은 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학 때 수강신청 이후로 생긴 이상한 생활 리듬은 개강이 다가와 억지로 바꾸려고 하니 더욱 이상한 형태로 바뀌었다. 밤에는 기껏해야 3~4시간 정도 자고, 낮에, 혹은 오전에 3시간 넘게 낮잠을 자는 식이 되었다. 이건 대체 언제 고쳐질까. 적어도 지각은 하지 않으니 좋은 것인가.
하지만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 정도에는 늦게 일어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일어나자마자 바로 컴퓨터 앞에 가서 컴퓨터를 켠다. 자고 있는 동안 발이 컴퓨터 앞에 있는 의자에 닿을 정도로 좁은 방 안이라,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은 실로 일어나서 1초도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 게다가 언제부턴가 컴퓨터를 전혀 끄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뭐, 모니터 정도는 끄지만) 컴퓨터 앞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거의 순식간이라고 봐도 좋다.
게임을 켠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시각은 새벽 5시도 채 되지 않은 때. 사람이 많이 접속해 있을 리가 없다. 다들 나처럼 폐인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던전 한 번 돌고, 더 이상 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게임을 종료한다.
메일? 그런 것, 올 리가 없다. 트위터에 멘션된 것도 없다. 휴대폰은 휴대용 인터넷 접속 장치로 전락(?)한 지 오래. 그야말로 일상적인 일이다.
그래도 꼴에 몸의 청결은 유지한다고 이른 시각에 샤워를 한다. 몸에서 끈적거리는 것이 없어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청결을 유지한다고 해봤자 딱히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기분 나쁘니 씻는 것일 뿐, 그것 외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샤워를 끝내고 얼마 있지 않아,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당연히 이것은 SMS나 전화같은 것이 아니라, 모닝콜일 뿐이다. 7시에 맞춰 놓은 알람이다. 일어나라고 맞춰 놓은 알람이 전혀 쓸모가 없게 되다니. 언제쯤 7시에 맞춰놓은 저 알람은 쓸모가 있게 될까. 어쩌면 생활 리듬이 제대로 맞춰진 이후에는 7시에 못 일어나서 알람이 쓸모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재앙이다.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지만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집에서 계속 놀다 보니 배가 고파진다. 아침이고 하니, 편의점 같은 곳에 가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로 한다. 늘상 가는 편의점에 보니 바나나 두 개가 천원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 괜찮다. 바나나와 함께 우유를 먹기로 한다. 가격은 이천원. 한 끼 식사치고는 비싸진 않지만, 학교에서 먹는 것보다는 조금 비싸다. 그리고 이걸로는 배가 찰 리가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여러 모로 학교에서 먹는 밥에 비해 손해다. 하지만 일요일인 지금은 셔틀 버스가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학교를 가려면 구백원이라는 거금을 써야 하니, 학교로 가는 것이 손해가 더 큰 셈이다.
예상한 대로, 바나나와 우유를 먹었지만 배는 전혀 차지 않는다. 빵과 우유를 추가로 산다. 이것도 이천원이다. 이쯤 되면 조금 후회가 된다. 차라리 학교 가서 먹는게 더 싸게 먹혔을텐데. 하지만 이미 지나간 것을 어찌 하리.
집에 와서 다시 좀 놀다 보니 잠이 쏟아진다. 언제나처럼 그런 거다. 그래도 오늘만은,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직 개지 않은 잠자리에 든다.
일어나니 1시 40분 남짓이 되어 있다. 결국, 난 또다시 3시간을 넘게 자버렸다.
일어났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의 유일하다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인 컴퓨터와 세월을 보낼 뿐이다. 그렇게 컴퓨터와 시간을 보내다가, 배고프면 밥 먹으러 가고, 졸리면 자는 생활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방학 동안의 생활이었다. 그리고 개강을 해도 수업이 없는 날에는 이러겠지.
일어나서 조금 있으니 하늘이 어두워지며 천둥이 치고, 곧 비가 쏟아진다. 마치 밤이라도 된 듯 어두워져서,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났다면 일요일이 다 지나간 줄 알았을 거다.
한참을 컴퓨터를 하다 보니 배가 고파온다. 아침은 가볍게 먹었으니, 저녁은 그래도 돈을 좀 써서 제대로 먹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다. 정말 그야말로, 갈 곳이 없다. 내가 사는 곳 일대를 다 돌아보았지만, 혼자서 먹을 만한 곳은 너무 많이 가서 질렸거나, 혹은 혼자 가기는 거의 불가능한 곳들이다. 뭐, 사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맘만 먹으면 갈 수 있을 거다. 다만 내가 그런 마음을 먹기 힘들어서 그렇지.
혼자 거리를 걷고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남녀가 쌍쌍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주로 보인다. 설령 혼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만날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지, 원래 혼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아마 이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 중에서 만날 사람 없이 홀로 있는 사람은 나 뿐일 거 같다.
한참을 돌다가 결국은 먹을 만한 것이 없어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든다. 가격은 삼천원. 그다지 나쁜 가격은 아니다. 하루에 쓴 돈이 칠천원 정도면, 그다지 많이 쓴 것도 아니겠지...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으며 컴퓨터를 한다. 이제 게임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고, 뉴스 보고, 또 다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보고, 뉴스 보고, 블로그 돌아다니고... 하다 보니 어느 새 저녁이다.
이렇게, 나의 잊혀질 일요일은 지나간다.






